
한국 AI 연구 생태계 경쟁력, 최상위 인재가 국내에 남는 이유

세계 최상위 AI 인재의 근무지에서 한국이 4위로 집계됐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변화는 한국에서 성장한 연구자의 77%가 국내에 남았다는 점입니다. 이번 조사로 드러난 한국 AI 연구 생태계의 실제 경쟁력을 살펴봅니다.
세계 4위의 실제 의미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산하 카네기 차이나가 2026년 9월 발표한 분석에서 한국은 최상위 AI 연구자의 현재 근무 지역 기준으로 중국, 미국, 유럽에 이어 4위에 올랐습니다. 조사 대상은 세계적 AI·머신러닝 학회인 NeurIPS 2025 채택 논문의 저자들입니다. 고유 저자 2만 5,677명 가운데 학부·대학원·현재 근무지 경력이 모두 확인된 1만 280명을 추려 이동 경로를 분석했습니다. 이 가운데 한국에서 일하는 연구자는 487명으로 4.7%였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수치가 ‘어디에서 일하고 싶은가’를 묻는 선호도 조사가 아니라 실제 경력 경로를 추적한 결과라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한국의 4위는 인기 순위라기보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 연구자가 실제 활동하는 연구 거점으로 한국의 비중이 커졌다는 신호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연구진도 이 표본이 무작위 표본이 아니며 학계가 소폭 과대표집되고 산업계 인재가 소폭 과소대표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결과는 한국 AI 인재 전체의 절대 순위가 아니라 최상위 연구 생태계의 변화를 읽는 지표로 활용해야 합니다. 특히 현재 근무지는 학회 개최 다음 해인 2026년 기준으로 확인해 일시적 소속보다 실제 이동 경로를 보려 했습니다.
출처: 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 연합뉴스
77.2% 인재 유지율과 연구 기반
더 주목할 수치는 인재 유지율입니다. 학부를 마친 지역과 현재 근무지를 연결해 보면 한국에서 학부 교육을 받은 연구자의 77.2%가 국내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88.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며 중국 68.7%, 유럽 60.1%보다 높았습니다. 동시에 KAIST는 최상위 AI 인재를 배출한 기관 순위에서 2022년 15위에서 2025년 3위로 올라섰습니다. 이는 한국이 인재를 외부에서 데려오는 능력만으로 성장한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수준 높은 연구자를 길러내고 이들이 계속 연구할 수 있는 경로를 일정 부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만 77.2%만으로 연구자가 왜 남았는지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카네기 보고서는 한국의 잔류 원인을 임금, 연구비, 기업 채용, 생활환경 같은 요인별로 분석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한국의 연구 환경이 좋아져서 남았다’고 바로 결론 내리기보다, 높은 인재 배출력과 높은 유지율이 동시에 나타났다는 사실 자체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에 스탠퍼드 AI 인덱스 2026에서 한국이 2025년 주목할 만한 AI 모델 5개를 내며 미국·중국에 이어 세 번째를 기록한 점도 연구 성과의 폭이 넓어지고 있음을 뒷받침합니다.
출처: 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 Stanford HAI AI Index 2026
인재 유입 허브를 가르는 다음 조건
다음 단계의 질문은 ‘한국에 남는가’에서 ‘세계의 인재가 한국으로 오는가’로 바뀌어야 합니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은 최상위 AI 인재의 학부 배출 지역 기준 5.7%를 차지했지만 현재 근무 지역 비중은 4.7%였습니다. 높은 국내 잔류율은 강점이지만, 이 수치만으로 한국이 미국처럼 해외 인재를 대규모로 끌어들이는 허브가 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연구자의 국적보다 좋은 연구를 장기간 지속할 수 있는 조건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는 2026년 AI 컴퓨팅 인프라 확충과 최상위 인재 양성을 추진하고 있고, KAIST도 NVIDIA와 공동 AI 연구실을 세우고 AGI 연구원을 출범시키는 등 연구 기반을 넓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설과 예산 확대가 실제 인재 유입과 장기 정착으로 이어지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연구비의 안정성, GPU 접근성, 연구 자율성, 대학과 기업 사이의 이동 가능성, 해외 연구자의 정착 여건을 함께 추적해야 이번 4위 상승이 일시적 결과인지 구조적 변화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다음 조사에서도 인재 유지율과 근무지 비중이 함께 상승하는지를 보면 정책 투입이 연구 생태계의 실제 매력으로 연결되는지 더 분명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KAIST 뉴스센터 · KAIST AGI Research Institute
순위보다 중요한 지속 가능성
한국의 이번 성과는 ‘세계 4위’라는 한 줄보다 국내에서 길러낸 최상위 연구자의 77% 이상이 계속 한국에서 연구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흐름을 유지하면서 해외 인재까지 끌어들일 수 있느냐입니다. 다음 순위보다 연구자가 머물고 싶어 하는 조건이 실제로 얼마나 개선되는지를 보는 것이 한국 AI 경쟁력을 판단하는 더 정확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